반다의 기하학적 구조(The Geometry of Bandha) – Iain Grysak

한 사람에게 있어, 우리 존재의 어떠한 상태가 가지는 폭에서의 양극(polarities)이 상대적인 균형을 이루며 서로 소통하는 순간에 자연스럽게 반다(Bandha)가 생겨난다. 높은 산등성이 한 가운데 서면 산맥 양쪽에 무엇이 있는지 잘 살펴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반다가 균형을 이룰 때, 잠재적 경험의 폭에 있어 양극이 어떤 성질을 가지는지 쉽게 느낄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야와 에너지 흐름은 최상의 자유로움과 여유로움(spaciousness)을 갖추게 된다. 중간 지점에서는 어느 쪽으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고로 선택의 폭도 가장 넓은 셈이다.

위의 트리코나사나 B 사진(시연이 아니라 평소 수련하다 찍은 사진)에서는 물라 반다와 우디야나 반다의 물리적 힘의 원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자세 중 하나인데, 반다가 제대로 쓰일 때의 느낌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라 반다는 골반 부근에서 반대 쪽을 향해 작용하고 있는 힘이 서로 역동적인 균형을 이룰 때 만들어진다. 트리코나사나 B에서 골반과 척추는 지면과 평행하도록 움직여진다. 이 때 두 다리는 지면의 축을 따라서 골반 뼈를 뒤쪽으로, 즉 카메라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당겨오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오른손과 상체의 심부 근육들은 몸통과 척추를 반대 방향으로, 즉 카메라 쪽을 향해 당겨오는 작용을 하며, 이 힘은 지면의 축을 따라 앞으로 뻗어나가다 정수리에서 끝난다.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내 정수리와 골반 뼈가 나란하게 정렬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둘은 각각 반대 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으며, 그 힘은 지면과 평행을 이루며 작용한다. 내 몸의 중간선을 최대로 늘리고 확장한다고 해보자. 이 때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물라 반다이다.

이 상태에서는 몸의 중간선을 따라서 밀어내고 당겨오는 힘이 느껴진다. 골반의 하부는 의식적으로 힘을 주거나 조이지 않아도 되며, 자연스럽게 정수리를 향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 때 수슘나 나디(sushumna nadi)를 따라 내 몸 중심부에서 에너지가 자유롭게 흐르게 된다. 특히 천천히, 깊고도 온전한 호흡을 할 때, 보다 섬세한 내면의 감각들이 불을 밝히고 깊어져 이러한 에너지의 흐름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하나 짚고 넘어갈 갈 점은 자세의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 같은 골반 하부의 작용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결코 의식적으로 근육을 사용하거나 조이지 않으며, 근육의 개입은 오히려 에너지와 호흡의 자유로운 흐름을 저해하거나 막게 된다.

우디야나 반다는 상반신 코어 부근에서 반대 쪽을 향해 작용하는 힘이 서로 역동적인 균형을 이룰 때 만들어진다. 위 사진의 내 팔을 눈 여겨 보면 이런 균형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두 팔은 중력의 축을 따라 지면의 축과 직각을 이루고 있다. 고로 몸을 2차원 평면으로 놓고 본다면, 우디야나는 물라와 반대 축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내 오른팔과 왼팔은 나란히 정렬되어 있으며, 중력의 축을 따라 작용하고 있고,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른손은 지면을 온전히 누르고 있으며, 지면의 반동/반작용력이 오른팔을 타고 올라와, 상체의 코어와 왼팔을 지나서 하늘로 향하게 된다. 오른손과 왼손 사이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없어 자유롭게 에너지가 흐른다. 사실 이 상태에 이르려면 팔 사이 에너지 흐름을 막는 어깨, 등 상부의 긴장을 풀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물라 반다보다 우디야나 반다의 에너지 흐름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

물라 반다와 우디야나 반다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은 긴장을 푸는 것이다. 트리코나사나 B를 하는 수련생들을 관찰해보면 많은 경우 긴장을 풀고 중력의 축을 따라 자연스럽게 늘이는 대신, 힘을 주고 긴장한 상태로 상완과 어깨를 뒤로 빼내려고 한다. 중력의 축을 따라 흐르는 에너지를 다스리고, 바닥을 짚은 손을 아래쪽으로 지그시 누르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다음엔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에너지가 이동할 수 있는 공간만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이는 편안하고도….여유로운(spacious) 느낌이다.

우디야나 반다를 사용했을 때, 궁극적으로는 상체의 에너지가 물라 반다가 뻗어 나가는 축과 직각을 이루며 최대로 뻗어 나가게 된다.

우리 몸을 2차원 평면에 놓고 보았을 때, 물라 반다와 우디야나 반다는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공간을 만들고 확장하는 작용을 한다. 정확한 기하학적 구조를 만들고, 몸, 호흡, 땅 사이에서 생겨나는 자연적인 힘을 활용할 때만이 물라와 우디야나에 이를 수 있다. 이 둘은 상호적이며(물라는 우디야나를, 우디야나는 물라를 강하게 한다), 궁극적으로는 편안하고 깊은 호흡의 흐름 속에서 서로 소통한다. 물라와 우디야나 반다 모두가 제 자리에 있을 때, 몸에는 모든 불필요한 긴장(자세나 존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불’필요한 것 모두)이 사라지고, 신경은 이완되며, 호흡은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확장한다. 그리고 지구상에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우리가 가지는 물리적, 정신적, 에너지의 잠재성은 정점에 이른다.

번역 – 조영지